자기애 성향이 강한 사람과의 대화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거나, 비판에 과민 반응을 보이며, 때론 상대를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자기애 성향이 나쁜 것은 아니며, 그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보다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대화법'이 관건입니다.
이 글에서는 심리상담사의 실제 상담 사례와 조언을 바탕으로, 자기애 성향 사람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1. 자기애 성향을 먼저 이해하라
대화 기술 이전에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자기애 성향에 대한 이해입니다. 자기애 성향을 가진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자신감 있고 우월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안정한 자존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내면 깊은 곳에 '인정받고 싶다',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욕구를 품고 있으며, 이 욕구가 과장된 표현, 자화자찬, 또는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마주할 때, 그들의 말보다 ‘왜 저런 말을 할까?’라는 동기와 감정 상태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이 회사에서 제일 잘 나가”라는 말이 오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나는 인정받고 싶은데, 그게 불안해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어”일 수 있습니다.
상대의 태도에 정면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그 말이 나온 감정의 뿌리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대화를 방어에서 공감으로 바꾸는 첫 단계입니다.
2. 직접적인 반박 대신, 감정 중심의 피드백
자기애 성향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할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정면 충돌입니다. “그건 틀렸어”, “너 좀 심하네” 같은 말은 즉각적인 방어 반응을 유도하고, 대화를 감정의 싸움으로 몰아갑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이럴 때 ‘I-메시지’ 방식의 피드백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자꾸 자랑을 하면 기분이 나빠요” 대신
“나는 대화를 할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더 편해요”처럼 자신의 감정과 바람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대화 중 상대의 감정을 짚어주는 리플렉션(reflection) 기법도 유용합니다.
예: 상대가 “아무도 날 인정 안 해”라고 했을 때
“그 말은 요즘 좀 외롭게 느끼시는 거네요?”라고 받아주면, 상대는 '공감받았다'고 느끼며 긴장을 풀게 됩니다.
즉, 논리보다 감정에 반응하는 피드백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는 자기애 성향이 강한 사람이 대화 속에서 공격성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3. 건강한 거리 두기와 대화 경계 설정
공감도 중요하지만, 자기애 성향 사람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지키는 선을 정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그들은 때때로 대화 주도권을 독점하거나,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만 반복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무조건 참거나 맞춰주면, 오히려 감정 소진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이런 경우 ‘제한적 공감’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는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반응하고, 필요할 때는 대화를 정리하는 태도입니다.
예:
“그 얘기 충분히 이해돼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조금 쉬고 싶은 시간이에요.”
또는
“그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들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부드럽지만 단호한 경계 설정은 자기애 성향 상대에게 ‘상호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대화가 일방적이 되거나 피곤함을 느낀다면 일정한 시간만 대화에 투자하고,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결론: 자기애 성향과의 대화, 공감과 경계의 균형
자기애 성향은 결코 악의적인 성격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는 방어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그들과의 대화는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하되, 내 감정을 보호하는 선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심리상담사의 조언처럼,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대화에 반응할지를 조절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자기애 성향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때로는 거리를 두며 건강한 대화를 이어간다면, 그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