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 성향이 강한 사람, 즉 나르시시스트는 인간관계에서 반복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타인을 지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믿으며, 비판에 민감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나르시시즘은 치료가 가능할까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완전한 변화는 어렵지만 '조절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르시시스트의 치료 가능성, 치료 시 어려움, 그리고 변화의 실질적 조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1. 나르시시스트는 왜 치료가 어려운가?
나르시시스트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인 행동이나 과장된 자기 이미지를 ‘자신의 강점’으로 여기기 때문에, 스스로 상담이나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심리치료의 핵심은 자기 성찰과 감정 인식인데,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을 굴욕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가 시작되더라도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나타납니다:
- 치료사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거나 조종하려 함
-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 저항함
- 치료가 자신의 문제보다는 '타인이 문제'라는 식으로 전개됨
- 비판이나 조언에 과민하게 반응함
결국, 자발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나르시시스트가 치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동기’와 ‘타이밍’입니다.
2. 어떤 경우 치료가 가능할까?
자기애성 성격장애(NPD)는 성격장애 중에서도 치료가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하지만, 최근 심리치료 연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① 외부 압력이 동기가 되는 경우
직장에서 해고 위기, 이혼, 인간관계 단절 등 ‘삶의 위기’ 상황이 닥치면 나르시시스트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② 자기 인식이 부분적으로 생긴 경우
“내가 왜 이렇게 관계가 반복적으로 깨질까?”라는 의문을 스스로 갖기 시작했다면, 치료의 첫 문이 열린 것입니다. 완전한 자기 인식은 어렵지만, “무언가 불편하다”는 감정이 치료 동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③ 장기적 치료 관계 유지가 가능한 경우
성격 구조 자체가 깊이 뿌리내린 나르시시즘은 단기적 상담으로는 변화하기 어렵습니다. 신뢰 기반의 장기적 관계 속에서 조금씩 감정 인식과 사고 패턴 교정이 가능해집니다.
3. 치료 접근법과 실질적인 변화 가능성
현재 나르시시스트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접근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신역동 치료
과거의 결핍과 상처를 탐색하여, 왜곡된 자기 개념을 재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자기애 성향의 핵심인 ‘공허함’과 ‘인정 욕구’의 뿌리를 찾는 데 효과적입니다.
■ 인지행동치료(CBT)
과장된 생각 패턴을 바로잡고, 타인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비판에 대한 민감성, 흑백논리, 피해 의식 등을 교정합니다.
■ 정신화 기반 치료(MBT)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추론하고 이해하는 능력, 즉 ‘정신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둡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유용합니다.
■ 변화는 가능한가?
완벽한 변화보다는, 나르시시즘을 조절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현실적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대신 “상대가 다르게 느낄 수 있겠구나”라는 인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인관계는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결론: 치료의 열쇠는 ‘자기 인식’과 ‘관계’
나르시시스트는 치료가 불가능한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변화가 쉽지 않고, 오랜 시간과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작업임은 분명합니다.
치료의 핵심은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나도 바뀌고 싶다”는 내적 동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비난이 아닌 이해, 거리 두기보다 건강한 경계 설정이 필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 있다면,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나의 감정을 지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